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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견제 속 도전받는 한국 반도체..."기회" vs "과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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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견제 속 도전받는 한국 반도체..."기회" vs "과대평가"

尹 탄핵 이후 622조 원 슈퍼클러스터 차질에 양국 업계 시각차 뚜렷

한국 반도체 슈퍼클러스터 계획이 정치적 격변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자국 반도체 산업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반도체 슈퍼클러스터 계획이 정치적 격변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자국 반도체 산업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한국 반도체 슈퍼클러스터 계획이 정치적 격변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자국 반도체 산업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테크미디어 후후왕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절차로 인해 한국의 622조 원 규모 반도체 슈퍼클러스터 계획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계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의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한국 업계는 기술 우위와 산업 생태계의 견고함을 강조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핵심적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베이징 반도체산업연구원의 장웨이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37개 팹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 차질에 주목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재·장비의 높은 해외 의존도는 약점으로 꼽힌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30.7% 감소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전방위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창신반도체(SMIC)는 7나노 공정 진입을 선언했고, 옌츠반도체는 12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수천 개의 장비·소재 기업이 성장하며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반도체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24년 17.0%까지 상승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2024년 2372억 달러에서 2029년 370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9.32%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반면, 한국 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경계하면서도 과도한 위기감은 경계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한국의 기술력과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우선 구매권을 확보했으며, SK하이닉스는 AI용 HBM 시장에서 53%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기술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대중 제재는 중국의 기술 추격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첨단 장비와 기술 접근 제한으로 인해 중국의 선단 공정 진입은 여전히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재집권은 새로운 변수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대중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더욱 복잡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슈퍼클러스터의 불확실성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산업경쟁력과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정치적 불안정성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소재·장비 국산화와 인재 육성 등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초당적 합의가 요구된다.

한국은 중국의 도전을 예의주시하되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술경쟁력 강화,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전략적 동맹 강화를 통해 산업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분야에서의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