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창설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의 갈등이라는 3중 압박 속에 EU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2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는 이런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카야 칼라스 EU 최고외교관은 "지정학적 강대국이 되려면 단합된 행동이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각자 최선의 협상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냉소적 평가가 나왔다.
가장 큰 도전은 트럼프의 재집권이다. 트럼프는 EU와의 무역전쟁을 공언했고, 우크라이나 지원도 유럽에 전가하겠다는 입장이다. EU는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며 경계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문제도 회원국 간 이견이 뚜렷하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가 제기됐지만, 독일 등은 여전히 협력 가능성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쟁 지속파와 외교적 해결파가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EU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글로벌 영향력 상실은 불가피하다"며 "단합이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의 "끝없는 토론 클럽이 되어선 안 된다"는 발언은 EU의 현주소를 정확히 지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EU의 선택은 단순하다. 단결하거나, 몰락하거나. 70년 역사의 갈림길에서 EU는 존재 의미를 입증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EU가 직면한 3중 압박의 딜레마는 한국 외교·안보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중 갈등과 러시아 변수 등 한국이 처한 상황이 EU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외교안보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도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왔지만, EU의 사례처럼 이런 전략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동맹 정책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한국도 대비가 필요하다"며 "EU처럼 동맹 다변화와 자체 방위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EU보다 더 강력한 단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며 "국내 정치적 갈등을 넘어선 초당적 외교·안보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EU의 분열과 혼선은 결국 약소국의 운명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치밀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