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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의 본질은 내부 혁신...강경이냐 온건이냐는 부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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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의 본질은 내부 혁신...강경이냐 온건이냐는 부차적"

전문가들, 트럼프 2기 대중 강경파 포진에도 "단순한 대립 구도로 볼 수 없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차이나타운 지역의 가로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차이나타운 지역의 가로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시화되며 대중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를 단순한 대립 구도로 보는 시각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최근 닛케이 등 아시아 언론들이 연달아 보도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리지 리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내각 인사들의 성향으로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미·중 관계는 예측 불가능한 행위자들과 진화하는 글로벌 흐름이 만드는 복잡한 메타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월스트리트 임원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매파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를 무역 고문으로 지명하는 등 대중 강경파를 주요 경제 요직에 포진시켰다. 취임 첫날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중 관계를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국제균형이 워싱턴에 불리하게 기울어졌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경제적 침체, 제도적 표류가 지속적인 영향력 투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1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를 17%에서 11%로 낮췄고, 브릭스(BRICS) 등 다자기구에서 영향력도 강화했다. AI와 재생에너지 같은 핵심 기술 분야의 혁신도 가속하고 있다.

중국의 한 고문은 "진정한 경쟁은 미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치하고, 혁신하며, 정치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이는 단기적 승리가 아닌 지속적인 회복력을 구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잠재적 중재자 역할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이면서 중국에서 상당한 사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머스크는 '새로운 키신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양국 모두 심각한 내부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경제 회복 지연, 지방정부 재정 약화, 과도한 부채 문제에 직면해 있고, 미국은 정치적 양극화와 인프라 투자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의 미래는 관세나 무역 협정이 아닌 기술, 기후,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의 경쟁"이라며 "양국의 내부 혁신과 제도 개혁 능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연구원은 "디커플링이 임박했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기후 변화와 AI 같은 중요 이슈에서 협력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중 관계의 미래는 양국이 각자의 내부 도전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해석은 한국의 국가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전략을 넘어, 자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관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미·중 간 대립 구도가 장기화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내부 혁신과 제도 개혁을 통한 독자적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한다. "AI, 재생에너지 등 미래 핵심 기술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가 경쟁력은 내부 혁신 능력에서 나온다"며 "정치적 갈등 극복과 제도 개혁, 기술 혁신을 통한 장기적 발전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