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고속철도청(HSRA)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시드니-뉴캐슬 구간을 시작으로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구간은 현재 170km 거리를 2시간 30분에 주파하고 있으나, 고속철도가 도입되면 1시간으로 단축된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는 현재 평균 시속 65km인 재래식 철도와 비교된다.
이미 히타치, 미쓰비시, 센트럴 재팬 레일웨이 등 일본 기업들과 유럽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이 걸림돌이다.
2013년 연방정부 연구에 따르면 브리즈번-시드니-멜버른 노선 건설에만 1500억 호주 달러(약 9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는 이마저도 보수적인 추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라탄연구소는 "납세자 1인당 1만 호주 달러의 부담이 발생한다"며 "호주는 이런 장거리 노선을 정당화할 만한 인구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파커 청장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시드니 등 대도시의 인구 압력이 심해지면서 주택난이 심각해졌고, 지역 중심지와의 연결성 강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탄소 중립 추진으로 항공편을 대체할 필요성도 커졌다. 현재 멜버른-시드니 노선은 세계 5위의 혼잡 항공노선이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마리온 테릴 인프라교통 전문가는 "장기간의 에너지 집약적 건설을 감안하면 기후 이점도 의문"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저탄소 항공 등 대안이 있는 만큼 막대한 비용 투자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커 청장은 "100년에 걸친 투자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과 그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는 고속철도 건설을 지지하고 있으나, 야당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호주의 야심 찬 고속철도 계획은 한국 철도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KTX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철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20년 이상의 고속철도 건설·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산악지형 극복 기술과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은 호주 프로젝트에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로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로템과 같은 차량 제작사뿐 아니라 철도 시스템, 신호, 통신 분야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유럽 기업들이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적극적인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업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