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막대한 천연자원을 둘러싼 미·러·중의 새로운 패권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우크라이나 자원의 향방과 글로벌 에너지·광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분석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산업의 필수 자원을 보유한 전략적 요충지다.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120개 광물 중 117개가 매장되어 있으며,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50개 핵심 광물 중 22개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유럽 최대 규모의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철광석과 티타늄, 망간은 세계 2위, 셰일가스는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이들 자원은 항공기, 휴대폰, 전기차, 철강, 원자력 등 핵심 산업 분야에 필수적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 내 주요 자원 대부분을 방어해냈다. 현재 석유 매장량의 96.5%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96%를 통제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코발트, 구리, 니켈 등 전략 광물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약 13.6조 달러 규모의 광물·탄화수소 자원을 러시아의 통제로부터 지켜냈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이런 자원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농축 우라늄의 약 25%를, 중국으로부터 희토류의 72%를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와 같은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자원 개발이 전쟁 후 경제 재건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안정적인 평화 정착이 전제되어야 한다. 실제로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야금 생산량은 2021년 2000만 톤에서 2023년 중반 250만 톤으로 약 80% 감소했다. 트럼프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성사된다면, 서방의 투자 유치를 통한 자원 개발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자원 외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하되,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는 견제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글로벌 광물 시장 지배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은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광물자원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관철하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한 자원 수입국들은 이런 변화에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 확보 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