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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 착수..."중국 배터리 패권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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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 착수..."중국 배터리 패권에 도전장"

미국 현지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저장소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현지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저장소 모습. 사진=로이터
주방 요리의 주요 원료인 소금 성분인 나트륨이 미국의 배터리 기술 혁신을 이끌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부는 6개 국립연구소와 8개 대학으로 구성된 연구 컨소시엄에 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 중국 중심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원재료 수급과 비용 면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나트륨은 지구상에서 6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특히 핵심 원료인 소다회의 경우 미국이 전 세계 매장량의 9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원재료 비용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이 뛰어나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주목할 특징을 보인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15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한 고속 충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과열이나 열폭주에 대한 안전성이 높고, 환경 유해 물질 사용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한계도 분명하다. 에너지 밀도(단위 무게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가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40% 정도 낮아, 같은 무게 배터리로는 더 적은 에너지만 저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나트륨 이온의 크기가 커서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당장은 전기차보다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나 저속 전기차량 분야에 먼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상용화에 성공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미국의 피크 에너지(Peak Energy)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기술을 학습하는 단계에 있으며, 2025년까지 자체 생산 설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이 향후 5~10년 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현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준까지 향상될 경우, 시장 지형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30년까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0~25%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2025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이 기술 개발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에너지 안보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어, 행정부 변화와 관계없이 기술 개발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 견제라는 큰 틀에서 정부 지원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 강국인 한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협력하여 전고체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트륨 이온 배터리도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ESS 등 대규모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기술 혁신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이러한 기술 다변화 노력은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포석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판도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방향 설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