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베트남이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트남이 향후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주요국 무역 적자는 중국 -275억 달러, 멕시코 -162.1억 달러, EU -125억 달러, 베트남 -100억 달러, 일본 -75억 달러 순이다. 특히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수입액의 9배에 달해, 트럼프가 2019년 "무역의 최악의 학대자"로 지목한 바 있다.
베트남은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피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핵심적 생산기지로 급부상했다. 매크로본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6년 10억 달러 미만에서 2024년 약 2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은 연평균 8%의 고성장을 구가했으며,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운동화의 3분의 1, 가구의 절반, 태양전지의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의 성공 요인으로는 젊고 저렴한 노동력,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실리 외교' 전략이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35개의 협력업체를 통해 아이패드와 맥북을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약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제3국 우회법' 차단을 통한 베트남의 무역흑자 축소를 공언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파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전망된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의 산업 생태계 특성상, 관세 부과는 기업들의 생산기지 재이전을 촉발할 수 있다. 둘째, 미·중 갈등의 심화다. 베트남을 겨냥한 무역규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셋째, 동남아시아 경제 질서의 재편이다. 태국 등 현지 부품 조달이 용이한 국가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중국과 멕시코에 집중할 경우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베트남에 AI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며, 삼성전자도 18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 글로벌 무역 질서는 지금보다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미국 보호무역 압박과 중국과 관계 유지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할 것이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베트남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트럼프發 리스크 분산을 위한 대안적 투자처 발굴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