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의 대학 졸업생과 기술 연수생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전후 일본이 겪었던 두 차례의 최악의 노동력 부족 사태와 유사한 수준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고 2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고도 성장기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의 버블 경제 시기에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경험한 바 있다. 현재 직면한 제3의 노동력 부족 사태는 이전과 달리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의 노동 연령 인구(15~64세)는 현재 7400만 명으로 1995년 정점 대비 15% 감소했으며, 2050년까지 추가로 180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아시아의 우수 인재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다카사고 일렉트릭은 작년에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 중 하나인 하이데라바드 공과대학(IITH) 졸업생 4명을 채용했다. IITH는 AI와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2023년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8.4%가 향후 2~3년 내 외국인 직원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22.2%가 엔지니어, 마케팅 전문가 등 '고숙련 전문직' 비자 소지자 채용을 희망했으며, 11.1%는 '특정 기능 노동자', 10.5%는 기술 실습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스미토모 후도산 빌라 폰테인은 베트남 연수생 400명을 고용하면서 기숙사 관리인 배치, 일본 문화 체험 기회 제공, 가족과의 화상 통화 주선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 문화와 업무 관행에 대한 적응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한 34세 말레이시아 출신 직원은 잦은 부서 순환 배치와 승진 기회 제한으로 5년 만에 주요 무역회사를 떠난 사례도 있다. 또한, 매년 약 1만 명의 기술 연수생이 프로그램을 중도 포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쿄 아시아대학 구몬 다카시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인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해서는 생산성 향상이나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기업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산성 향상은 시급한 과제다. 내각부의 2024 회계연도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GDP에서 일본을 추월한 독일은 일본보다 40% 적은 노동 인구와 20% 적은 노동 시간으로 동일 수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아시아 인재 유치 노력은 유사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어, 글로벌 인재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기업들이 단순 노동력 확보를 넘어 고숙련 전문인력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명문대 졸업생 채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우수 인재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외국인 인재 유치가 단순히 채용으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업 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의 혁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수직적 조직문화, 경직된 인사제도 등을 개선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기업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결국, 글로벌 인재 유치와 조직문화 혁신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본과 독일의 생산성 격차 사례가 보여주듯, 노동 시간이나 인력 투입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가 있다.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인재들의 창의성과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조직 혁신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