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중국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 전기차 혁명이 세계 석유 시장과 산유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했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현재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석유 수요의 16%를 차지했던 중국은 2024년 휘발유·디젤 수요가 2021년 대비 3.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3년 하루 113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던 중국은 2025년까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일일 수입량이 약 95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중국의 수요 감소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기본 시나리오는 2025년 배럴당 70~80달러 선이나, 중국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60달러대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 반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나 OPEC+의 강력한 감산 정책 시행 시 90달러대까지도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전기차 정책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유럽과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5%로 확대할 계획이며, GM도 2030년까지 전 차종의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의 공급망이 재구축되며, 기존 석유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이 전력 그리드와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배터리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며 새로운 에너지 패권을 구축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통해 연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하며, UAE는 2050년까지 총 에너지 믹스의 44%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들은 석유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입지가 강화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불어 중동 산유국들과의 협력도 에너지 교역에서 첨단 산업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발 전기차 혁명은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산업의 변화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