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주식자본 시장이 2024년 IPO 활동 급감으로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지역 거래소에 대한 관심증가와 소규모 기술기업 상장 확대로 2025년 반등이 기대된다고 23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첫 10개월 반 동안 동남아시아의 IPO는 122건, 조달 금액 30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23년 163건, 60억 달러와 비교하면 많이 감소한 수치다. 고금리, 지정학적 불안정성, 투자자 신뢰 약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가별로는 말레이시아가 전체 IPO 조달 자금의 53%를 차지하며 선전했고, 태국(26%), 인도네시아(12%)가 뒤를 이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46건의 IPO를 통해 15억 달러를 조달하며 6년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소규모 현지 상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Grab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미국 상장을 선호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현지 거래소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말레이시아 부르사의 ACE 마켓은 중소기업 전용 시장으로서 올해만 39개 기업이 상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종별로는 소비재, 공산품, 재생에너지 분야가 전체 IPO의 70%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상위 10개 상장이 전체 조달액의 60%를 차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 시장에서 검증된 실적을 가진 중소기업 중심의 상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PwC는 2025년 시장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예상되는 금리 인하가 IPO 시장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모펀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골든 게이트 벤처스와 인시아드의 보고서는 2023~2025년 사이 약 700개의 엑시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술 분야가 반등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디커플링으로 인해 동남아의 디지털 인프라, AI, 핀테크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AI 기반 비즈니스와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이 향후 IPO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의 부활은 동남아 IPO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IDF는 2025년 시장 전망에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우려, 미 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과 함께 트럼프 당선이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남아시아 IPO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와 기회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중 디커플링으로 인한 동남아 시장의 부상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동남아가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와 현지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 AI, 핀테크 등 기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활용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 등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를 넘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 동남아 시장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균형 잡힌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