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보험 거대기업 시그나(Cigna)가 홍콩의 인구 고령화와 의사 부족 문제에 대응해 중국 본토와의 의료 서비스 파트너십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시그나 헬스케어 홍콩의 조나단 스피어스 CEO는 2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고령화와 낮은 의사 비율을 고려할 때, 홍콩과 대만구(Greater Bay Area) 도시 간의 의료 서비스 통합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홍콩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로 대만구 지역에서 가장 높지만, 고속열차로 15분 거리인 선전은 3%에 불과하다. PwC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홍콩이 2.1명으로 선전(2.9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그나는 선전을 시작으로 대만구 지역 의료기관들과 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주요 검토 사항 중 하나는 직접 청구 시스템 도입이다. 현재 홍콩 보험 가입자들은 본토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먼저 비용을 지불하고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본인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시그나는 또한 건강관리와 치료 후 회복 서비스를 위한 본토 의료기관과의 파트너십도 모색하고 있다. 코네티컷에 본사를 둔 시그나는 전 세계 30개 시장에서 1억8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는 9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03년부터는 중국 초상은행과 합작으로 시그나-CMB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 보험 당국에 따르면 시그나는 지난해 홍콩 의료보험 시장에서 1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과 상해보험의 총 보험료는 전년 대비 12.5% 증가한 117억 홍콩달러(약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피어스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의료보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올해 1분기 자발적 건강보험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한편 2019년 시행된 대만구 계획은 홍콩, 마카오, 광둥성의 9개 본토 도시를 2035년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경제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리한 교통망 구축으로 이미 많은 홍콩인이 쇼핑, 식사, 의료 서비스를 위해 대만구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시그나의 대만구 지역 의료서비스 통합 전략은 유사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 의료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초고령화와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한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도 급속한 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 문제에 직면해 있어, 인접 국가들과의 의료 서비스 협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중일간 의료 네트워크 구축은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보험사들의 국제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국내 보험사들도 해외 의료기관과의 직접 청구 시스템 구축, 국경 간 의료 서비스 제공 등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표준화가 중요하다. 국가 간 의료 서비스 통합을 위해서는 의무기록, 보험청구, 결제 시스템 등의 디지털화와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한국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