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시장이 단기적 호조와 중장기적 불안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높은 물가와 짧아진 쇼핑 시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말 소비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미소매업협회(NRF)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1~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3.5% 증가한 약 98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 고용시장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소비자들은 선물과 계절 품목에 평균 902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전체 소매판매의 약 30%를 차지하며, 디지털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소비 호조와는 대조적으로, 중장기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1포인트 하락하며 최근 2년간의 부진한 수준으로 돌아섰다. 특히 향후 소득과 비즈니스 전망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심리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45%는 관세정책이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의 소비 확대가 트럼프 취임 이후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상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작용했음을 암시한다.
다만 감세정책과 규제완화 기조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미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연말 소비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업종별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소비시장은 단기 호조와 중장기 불확실성이라는 이중적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 현지 파트너십 강화 등 리스크 헤지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비한 공급망 재편과 신시장 개척, R&D 투자 확대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