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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금·보험료 폭등이 서민들 주택 소유의 꿈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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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금·보험료 폭등이 서민들 주택 소유의 꿈 흔들어

모기지보다 높아진 세금·보험 부담에 주택 소유 패러다임 변화 가시화

미 달러의 보복, 과도한 세금 부담.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 달러의 보복, 과도한 세금 부담. 사진=로이터

미국 서민들이 주택 소유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주택 구매 비용의 문제가 아닌, 소유 이후의 유지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으며 '내 집 마련'이라는 삶의 핵심 가치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산세와 보험료가 모기지 상환액을 추월하는 이례적 현상이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주택시장의 단순한 조정이 아닌, 미국 중산층의 경제적 기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의 데이터는 이러한 우려를 구체적 수치로 보여준다. 2023년 9월 기준 단독주택 모기지 상환액의 32%가 재산세와 주택보험으로 지출되며, 이는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뉴욕주 로체스터(35%), 시러큐스(34%)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대출자의 상당수가 모기지 상환액의 절반 이상을 세금과 보험료로 지출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비용 급증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와 그에 따른 보험사들의 손실 확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모기지 금리와 달리 이러한 고정비용의 상승세가 단기간 내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은퇴자와 고정수입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택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변화가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주목한다. 주택 구매력 약화는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주택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높은 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소유자들의 경우, 향후 금리 하락 시에도 증가한 고정비용으로 인해 재융자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해 1월 트럼프의 취임은 이러한 주택시장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세금 인센티브와 신규 구매자 지원을 통해 주택 소유를 촉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그의 강경한 이민 정책은 건설 인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켜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최대 60% 관세 부과 공약은 건축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어, 주택 유지보수 비용의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

미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주택시장 불안은 곧바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다음과 같은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은 가계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수입 감소로 이어져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교역국들의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둘째, 주택시장 불안은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의 가치 하락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 경색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비록 현재는 당시와 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재현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증가는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미국 부동산 시장 불안은 전 세계 부동산 시장 동반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고평가 논란이 있는 주요국 부동산 시장의 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의 주택시장 불안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소비 위축은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 가전, IT 제품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미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택 관련 고정비용 급증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도전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함께, 금융기관과 보험사의 유연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구조적 변화가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