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최대 구매국이었던 인도가 러시아 원유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등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사우디향 연료유 직접 선적량은 전월 대비 29% 증가한 85만 톤을 기록했다. 반면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은 55% 급감했다. 인도의 이런 전략 변화는 러시아 원유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 우려, 금융거래의 어려움, 서방국가들의 외교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인도는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최근 모디 총리의 가이아나 방문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의 역할 변화도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셰일오일 수출 확대를 강조해왔으며, 이는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원유 수입의 92%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은 공급선 다변화가 시급하다. 특히 러시아-사우디의 협력 강화, 인도의 공급선 다변화,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원유 가격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어, 장기적 관점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2025년 글로벌 정세의 급변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전략 비축유 확대와 함께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국 다변화, 수소·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 가속화가 요구된다.
글로벌 석유시장의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 거래 패턴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 형성을 의미한다. 미-중 갈등,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각국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고려한 신중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