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증시가 취약한 경제 여건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올해 86%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 세계 증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벤치마크 지수인 KSE 100 지수는 연말을 앞두고 115,000포인트를 돌파했다고 25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이 같은 강세장의 배경에는 지난해 중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자리 잡고 있다. IMF는 파키스탄의 디폴트 위기를 막기 위해 3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했으며, 올해 초에는 7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에도 합의했다.
톱라인 시큐리티(Topline Securities)의 샹카르 탈레자 리서치 이사는 "IMF 구제금융을 통한 경제 안정이 주식시장의 눈부신 성과를 이끈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세금 인상, 보조금 철폐, 에너지·연료 가격 인상, 시장 기반 환율 도입 등 광범위한 구조 개혁을 요구했다.
파키스탄 증권중개인협회의 무니르 카나니 부회장은 "환율 안정과 긍정적 거시경제 전망, 주요 기업들의 매력적인 배당이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루칩 종목인 파우지 비료는 올해 255%, 파키스탄 국영석유는 14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랠리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 약 1억6500만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파키스탄 증시에 유입됐다. 작년 말 달러당 307루피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277루피까지 회복되며 경제에 대한 신뢰도 개선됐다.
물가상승률도 38%에서 한 자릿수로 하락했으며,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2%에서 13%로 인하했다. 투자자들은 임란 칸 전 총리 구속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을 대체로 무시하고 경제 안정성에 주목했다.
24세의 IT 엔지니어 파아즈 칸은 "처음에는 시장 조작과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 투자를 두 배로 늘린 결과 놀라운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증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수년 전 신흥시장에서 프런티어 시장으로 강등된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했으며, 정치 불안과 유동성 부족, 환율 변동 등 리스크도 상존한다.
특히 시장 조작과 내부자 거래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10% 미만인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KSE 100 지수가 150,0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높은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파키스탄 증시가 올해 86%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제금융기구와의 관계 강화, 과감한 구조개혁, 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등이 핵심 교훈이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은 IMF의 구제금융을 계기로 시장 신뢰도를 회복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았던 경험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제금융기구와의 건설적 관계 유지가 위기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한다"며 "이는 한국 경제가 꾸준히 유지해야 할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의 중요성도 재확인됐다. 파키스탄이 IMF 권고에 따른 세제 개편과 보조금 개혁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것처럼, 한국도 노동시장과 연금제도 등 구조개혁의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개혁 과정에서 단기적 진통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도 제고에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파키스탄이 경제 안정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끌어낸 것처럼, 한국도 금융시장 선진화와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금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제도 개선이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불안정성 극복도 중요한 과제다. 파키스탄이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과를 거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시장 신뢰도 제고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한 경제학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연속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사례는 경제 정책의 일관성, 시장 투명성,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