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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과 기술패권의 딜레마, 美 실리콘밸리發 충돌이 던지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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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과 기술패권의 딜레마, 美 실리콘밸리發 충돌이 던지는 파장

트럼프-머스크 갈등, 글로벌 인재 전쟁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자국 경쟁력과 일자리 보호의 균형점 찾기 '난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시민권 수여식과 이민 서비스 봉투.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시민권 수여식과 이민 서비스 봉투. 사진=로이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재 유치와 자국민 보호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럼프 진영 내부의 이민정책 갈등이 이 문제의 복잡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재 확보가 국가 생존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각국이 직면한 근본적 도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의 갈등은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국가 전략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합법적 이민을 통한 상위 0~1% 엔지니어링 인재 영입이 미국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52%가 이민자 창업이며, 미국 특허의 45%가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의 성과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갈등은 인도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스리람 크리슈난의 트럼프 행정부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서 표면화됐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외국인 노동자가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온라인 선동가 로라 루머는 "연봉 7만 달러의 초급 직종이 어떻게 상위 0.1% 인재가 될 수 있느냐"며 비판했다.

이러한 미국의 갈등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이 직면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요국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J-SKIP'과 'J-FIND' 같은 맞춤형 비자 제도를 도입하며 글로벌 인재 유치와 자국 산업 발전의 조화를 추구한다. 유럽은 더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독일의 전문인력이민법, 프랑스의 'French Tech Visa', 영국의 'Global Talent Visa'는 모두 자국 혁신 생태계와 글로벌 인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실험의 성패는 경제적 파급효과로 직결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이민제한 강화가 2028년까지 미국 GDP를 최대 7%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맥킨지는 글로벌 기업의 85%가 이미 핵심 기술인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시급하다. 2030년까지 생산가능인구가 300만 명 이상 감소하는 가운데, AI·빅데이터 분야에서만 13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인재 유치와 자국 인재 육성의 균형잡힌 전략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각국은 인재 유치 경쟁을 넘어 자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혁신 생태계 구축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훈련 시스템 혁신 △이민자 통합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자국민-이민자 간 기술·지식 교류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이러한 포용적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인재 유치와 자국 인재 육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한 제도개선을 넘어 국가 혁신 역량 강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