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서 AI 열풍에 밀려 외면받던 전통 기업들이 2025년을 앞두고 투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런스(Barron's)가 27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배당 전통주 투자를 의미하는 '다우의 개들(Dogs of the Dow)' 전략이 2025년 주목할 만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도 고배당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러한 분석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우의 개들' 전략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구성종목 중 배당수익률 상위 10개 기업에 균등 투자하는 방식이다. 높은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저평가된 우량기업 발굴을 위한 전통적 가치투자 전략으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견고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한 배당을 실현해왔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
이 전략은 2024년 들어 다우존스 지수 대비 14%포인트, S&P500 지수 대비 25%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베라이즌, 쉐브론, 암젠 등 에너지, 통신, 헬스케어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독주에 가려진 탓이다.
그러나 2025년을 앞두고 시장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2025년 예상 '고배당주' 종목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로, S&P500의 22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해당 전략이 S&P500 지수를 상회했던 2022년과 유사한 상황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은 경기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실적과 배당을 유지할 수 있는 견실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우호적이다. 중국이 411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는 등 전통 산업 기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실질 배당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주 선호 현상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실적 대비 주가가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이러한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통화정책 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AI 열풍으로 인한 시장의 쏠림 현상도 어느 정도 진정될 필요가 있다.
2025년은 성장주 일변도에서 벗어나 투자 스타일의 다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우의 개들' 전략의 성과는 이러한 시장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성장주와 가치주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경제 동향과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