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가 2027년까지 글로벌 의료 AI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대 금융 도시가 의료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상하이 시정부는 이번 주 발표한 2개년 계획을 통해 프론티어 연구 강화, 컴퓨팅 파워 클러스터 구축, 바이오데이터 플랫폼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 AI 모델과 컴퓨팅 파워 분야의 기술적 난제 해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중국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의 의료 분야 적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통해 임상 데이터와 환자 의료기록을 분석하여 진단과 치료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최근 칭화대학교 인큐베이팅 스타트업은 가상병원 플랫폼 '타이렉스'의 내부 테스트를 시작했다. GPT-3.5 모델을 기반으로 42명의 AI 의사가 21개 진료과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상하이 동구병원도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 결정을 지원하는 'MedGo'라는 AI 모델을 도입했다.
조지타운대학 보안신흥기술센터는 "중국의 생물 데이터와 의료 AI 개발 전략이 이 분야에서 경제·기술 리더십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 정부는 의료 AI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제한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인공지능로봇공학센터는 최근 자사의 의료 AI 모델을 엔비디아가 아닌 화웨이의 칩으로 학습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소 측은 "국산 솔루션이 기본적인 연구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이 의료 AI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의 의료 AI 허브 구상이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첨단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의료 혁신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상하이의 의료 AI 허브 육성 전략은 한국 AI 산업 발전에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상하이가 의료 분야에 특화된 AI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처럼, 한국도 자국의 강점을 살린 특정 분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의료, 자동차 등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과 AI 기술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한, 상하이가 2027년까지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금융 지원까지 연계한 것은 장기적 안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한국도 AI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이점을 AI 산업과 연계하여, 핵심 기술의 자체 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더불어 상하이의 사례는 대학, 병원, 연구소,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이 AI 산업 발전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한국도 산학연 협력을 통한 개방형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