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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부동산 가격 급등...서민 내집마련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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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부동산 가격 급등...서민 내집마련 '그림의 떡'

나이트프랭크 "아시아 최고 상승세 전망...주거 부담은 심화될 것"
뉴델리 외곽 가지아바드에 있는 디네쉬 나가르 주택 단지의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델리 외곽 가지아바드에 있는 디네쉬 나가르 주택 단지의 전경. 사진=로이터

인도의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나이트프랭크는 인도의 부동산 가격이 아시아 주요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로 인한 주거 불평등 심화를 우려했다고 2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나이트프랭크의 리암 베일리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인구 증가, 도시화, 높은 경제 성장률 등 인도 부동산 시장의 기초체력이 매우 탄탄하다"며 "정부의 성장 정책이 지속한다면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 모두 아시아 주요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인도 주요 8개 도시의 주택 판매량은 올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26만349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의 신축 아파트 판매는 43% 감소한 3049채,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24% 감소한 6조 위안(약 1000조 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뭄바이, 델리, 벵갈루루 등 주요 고용 허브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인도 금융중심지인 뭄바이의 경우 3분기 주택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상승했다. 이는 싱가포르, 방콕, 타이베이, 서울 등 아시아 주요 도시는 물론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도시들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수도 델리와 '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도 각각 6.5%, 4.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상승률 2.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벵갈루루의 IT 전문가 아비니트는 "우리 동네의 3베드룸 신축 아파트 가격이 2억 루피(약 3억 원)를 넘어섰다"며 "20% 계약금에 8.5% 이자로 20년 대출을 받으면 월 상환금이 1650달러(약 220만 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베일리 책임자는 "모든 성공적인 고용 시장이 인구 과밀과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라며 "향후 5~10년간 근로자들의 주거 부담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등 다양한 리스크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장기적으로 더욱 부유해질 것"이라면서도 "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주요 도시의 인프라 개선과 함께 적정가격의 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인도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경제 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주요 도시 집중 현상이 필연적으로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인도의 사례는 도시 과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거비 상승이 청년층과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글로벌 현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의 IT 전문가들조차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전문직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부동산 시장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 부동산 시장이 직면한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 무역 갈등 등의 리스크는 한국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한국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성장과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적정가격의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