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착착 이동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영어 일간지 '더 내셔널'은 영국 경제 및 비즈니스 연구 센터(CEBR)의 분석 자료를 통해 세계 GDP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35%에서 2039년 45~50%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한다.
CEBR은 세계 GDP가 2024년 110조 달러에서 2039년 221조 달러로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주로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이다. 특히 인도는 중산층 성장, 구조개혁,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25년 일본을, 2029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CEBR 보고서는 인도 경제 규모가 2036년 10조 달러를 돌파하고 2039년 12.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약진도 주목된다. CEBR 분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39년까지 세계 10위권 경제로 도약하고, 방글라데시(37위→21위), 필리핀(33위→23위), 베트남(34위→25위) 등이 큰 폭의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풍부한 노동력,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은 예상과 달리 향후 15년간 미국의 세계 최대 경제대국 지위를 넘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CEBR은 국내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 압력, 인구구조 변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세계은행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은 2024년 4.9%, 2025년 4.5%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의 경우, CEBR은 주요국들의 상대적 위상 약화를 전망했다. 다만 영국은 2024년 프랑스보다 13.7% 큰 경제규모를 2039년 25.2%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과 프랑스는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교역 구조와 국제 금융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인도와 아세안으로 다변화되면서, 새로운 경제 블록의 형성과 지역 경제 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CEBR은 특히 인도-아세안 경제권 부상이 세계 교역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무게중심도 점차 아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시사점도 주목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수출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야 할 시점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스타트업 생태계 협력 강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 이동은 피할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 한국은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함께, 인도와 아세안 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경제 구조의 혁신, 신성장 동력 발굴, 그리고 아시아 신흥국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뀌는 이 시기에, 한국의 새로운 경제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