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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이후 성장 동력으로 '로봇공학'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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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이후 성장 동력으로 '로봇공학' 베팅

3조 달러 기업의 새 도전, AI 반도체 경쟁 격화 속 미래 시장 선점 나서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COMPUTEX 포럼에 앞서 행사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COMPUTEX 포럼에 앞서 행사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사진=로이터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로봇공학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가 AMD와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반도체 시장 진입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29일(현지시각) 분석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현대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시점에서, 엔비디아의 이번 전략 전환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엔비디아는 '통합 솔루션' 제공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로봇공학 시장에 진출한다. 202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로봇용 컴퓨터 '젯슨 토르'를 중심으로 로봇 학습용 소프트웨어, 전용 반도체, 시뮬레이션 도구, 개발 플랫폼을 아우르는 종합 기술을 제공한다. 이는 로봇 개발 기업들이 별도의 시스템 통합 없이도 엔비디아의 단일 플랫폼 내에서 로봇 개발의 전 과정을 완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격화가 있다. AMD 등 기존 경쟁사는 물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했던 것이다.

엔비디아의 로봇공학 기술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BYD일렉트로닉스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플랫폼으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 공장 물류 효율을 30% 이상 향상시켰고, 지멘스는 아이작 시뮬레이션을 산업용 로봇에 접목해 작업 정확도를 크게 개선했다.

세계 로봇공학 시장은 제조업의 자동화 수요 증가와 노동력 부족 심화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BCC에 따르면, 현재 780억 달러 규모인 시장이 2029년까지 165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산업용 로봇에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며 이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기술은 로봇공학계의 난제인 '가상-현실 간극' 문제 해결에서 돌파구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말하는데, 엔비디아의 고도화된 그래픽 기술이 이 간극을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해결 과제도 남아있다. 노스이스턴대 데이비드 로젠 교수는 "로봇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 검증을 위한 표준화된 프레임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개발과 함께 로봇공학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한 로봇 제조기업들은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활용하면서도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엔비디아의 이번 도전은 AI 이후의 기술 산업 지형도 변화를 예고한다. 로봇공학으로의 혁신은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의 제조업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