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임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단독 지배가 아닌, 주요국들이 실질적 권한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협력체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28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국제정치·경제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인 안토니 롤리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힘을 통한 평화'는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며 "동등한 국가들 사이에서 첫 번째(primus inter pares)라는 개념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G7이나 G20과 같은 다국간 협의체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을 존중하되, 이를 일종의 '입헌군주제' 형태로 재해석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 현실에 있다. 과거 영국이 두 차례 세계대전의 부담으로 팍스 브리타니카를 포기했듯이, 미국도 군사력 투사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달러 강세는 금리 차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미국의 지배력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도 최근 달러 약세 주장을 철회하고 비트코인 활용론을 제기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롤리는 여러 저서와 칼럼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제정치 분야의 분석을 제공해온 전문가로, 특히 미·중 관계와 국제 통화 체제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트럼프가 진정한 '거래의 달인'이라면, 명예로운 국가원수 역할을 수용하고 실질적 권한을 주요국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는 관세장벽이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장기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브릭스가 구상하는 새로운 금본위 체제와 같은 대안적 국제 금융 질서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타협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롤리는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글로벌 거버넌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2025년은 세계가 트럼프의 허영심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세계 질서 재편 전망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미국의 단독 지배체제가 약화하고 다극화된 국제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한국도 외교·안보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G7, G20 등 다자간 협의체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들 협의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브릭스의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 구상에 대해서도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가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환리스크 관리와 함께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 도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맞춰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경제와 안보의 균형을 고려한 '헤징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