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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네옴, 인권·안전·재정난 '삼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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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네옴, 인권·안전·재정난 '삼중고' 직면

MBS의 '비전 2030' 차질 우려...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 전략 재점검 필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부크 주에서 개발이 시작되기 전 계획된 국경 간 도시인 네옴의 미래 부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부크 주에서 개발이 시작되기 전 계획된 국경 간 도시인 네옴의 미래 부지. 사진=로이터

석유 시대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징 프로젝트 '네옴'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옴 건설 현장의 충격적 인권·안전 실태를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외에도 이 프로젝트 재정난과 투자 유치 부진이 주요 외신을 통해 계속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 진출을 확대하는 시점에서, 이는 메가프로젝트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은 총사업비 5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홍해 연안 26,500㎢(서울의 44배) 부지에 조성되는 미래도시는 특히 '더 라인'으로 불리는 170km 길이의 초고층 선형도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비전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10만여 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2023년에만 8건의 사망사고가 공식 집계됐다. 집단 강간, 자살, 마약 거래 등 각종 사회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기업 세르코의 2022년 보고서는 네옴의 응급의료 시스템이 "재앙적 위험"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8세 아동의 트럭 운전 사고, 맥킨지 컨설턴트의 야간 도로 사망사고, 프린세스 마그다 요트 침몰로 인한 3명 사망 등은 안전관리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들은 네옴 프로젝트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2020년 강제 이주에 반대하는 현지 부족민 사망 사건 이후에도 노동자 인권과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사우디 정부의 개선 의지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재발하는 것은 무리한 개발 일정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부재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2034년 FIFA 월드컵 개최를 앞둔 사우디로서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의 인권 문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정난이다.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현금 보유액은 2023년 9월 기준 150억 달러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배럴당 86달러 유가가 필요하지만, 현재 유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정부 재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해외 투자 유치도 부진해 2023년 목표(1000억 달러)의 33%인 330억 달러에 그쳤다. 이로 인해 '더 라인' 건설 계획은 당초 150만 명 수용 규모에서 30만 명 미만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네옴의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사우디의 급진적 개발 의지와 현지의 인프라·문화적 한계, 그리고 재정적 제약 사이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옴 프로젝트의 위기는 중동의 경제 다각화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를 교훈 삼아 프로젝트의 재정 건전성, 인권·안전 관리 체계,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