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맥쿼리가 240억 호주달러(약 1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프라 투자의 새 장을 열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디지털 인프라 투자의 핵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거래의 주목할 점은 맥쿼리가 호주 데이터센터 기업 에어트렁크를 5년 만에 투자 가치를 8배 이상 증대시켜 매각했다는 것이다. 에어트렁크는 30억 호주달러 인수 후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입증했다.
맥쿼리의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사업부 공동 책임자 애니 사치크로프트는 중국 경제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투자 매력도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각국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새로운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APAC 지역의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640억 달러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인프라'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맥쿼리는 전통적인 인프라를 넘어 데이터센터, 통신 인프라, 공공서비스 운영권까지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필수 서비스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80억 호주달러 규모 차량등록 서비스 운영권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 시장에서도 맥쿼리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4년 7월 30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는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하남IDC)를 734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2층 규모(연면적 4만1919.45㎡)의 이 데이터센터 인수는 맥쿼리의 첫 번째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시장은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급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상업용 데이터센터 수는 2023년 40개에서 2027년 74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공급량 기준으로는 2023년 544MW에서 2027년 1850MW로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34개 이상의 신규 상업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계획 중이며, 총 투자액 규모는 약 14조 원에 달한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건설은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민원 문제와 함께 전력 부족,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이 시장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쿼리의 하남IDC 인수는 기존 시설을 활용한 시장 진입 전략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예상되는 거래 흐름 회복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거래 흐름 회복 전망의 근거는 현재의 높은 금리 환경이 점차 완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다. 특히,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는 이런 회복을 가속화할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4% 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탈탄소화 측면에서도 아시아 주요국들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 일본, 호주 등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향후 인프라 투자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시장은 단기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연간 1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변화의 핵심 수혜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글로벌 자본의 유입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에 대비해 정부는 규제 합리화와 세제 지원 등 균형 잡힌 정책적 대응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급과 환경 영향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