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단순한 얼굴 사진만으로 생물학적 나이와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획기적인 의료 혁신이 현실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각) 보도한 '페이스에이지(FaceAge)' 테스트는 의료 AI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에서 의료 AI 연구개발 로드맵(2024~2028)을 수립하여 AI 기반 의료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의료계 역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매사추세츠 제너럴 브리검 연구진이 개발한 페이스에이지는 환자 사진과 공개 이미지를 AI로 학습시켜 생체 나이를 분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암 환자의 수명 예측에서 의사들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레이몬드 맥 박사는 "얼굴은 평생 건강 이력을 반영하는 창"이라며, 이 기술이 의료진의 직관을 객관적 데이터로 전환한다고 설명한다.
임상 현장에서의 성과도 주목된다. 테니스를 치고 정원을 가꾸는 등 활발한 생활을 하던 90세 폐암 환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66세로 진단되어 적극적 치료가 가능했던 사례는 AI 의료 기술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한다. 이 기술은 더 나아가 흡연 습관 감지, 질병 조기 진단 등 예방 의학 분야에서도 활용이 기대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세계 AI 의료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AI는 흉부 X-레이의 신속 분석으로 코로나19 감지에 활용되고 있으며, 연구진들은 얼굴 사진과 비디오 분석을 통해 파킨슨병과 자폐증을 식별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특히 세계 수준의 IT 인프라와 의료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주로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는 이 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약 5~10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하버드대학 앤드류 빔 교수는 "생물학적 나이 예측 기술이 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한징동 재키 한 교수 연구팀은 3D 얼굴 이미지 분석을 통해 인종간 차이를 고려한 더 정확한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AI 학습에 사용되는 이미지 데이터셋은 부유한 계층이나 특정 인종의 사진이 과다 대표되는 경향이 있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열악한 조명, 이미지 품질의 차이, 성형수술 여부 등도 AI 진단의 정확도에 영향을 미친다. 스탠포드 생명의학윤리센터의 니콜 마르티네즈-마틴 교수는 "AI 예측 결과가 환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료 AI가 보조적 도구를 넘어 독자적 의사결정자로 진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의료 AI 전문인력 양성, 기술 표준화,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 등 제도적 기반 마련도 시급하다.
페이스에이지로 대표되는 의료 AI 기술은 의료 혁신을 이끌 잠재력과 함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양면성을 지닌다. 2030년경 일상적 건강검진에서 AI 얼굴 분석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 발전이 가져올 혜택을 최대화하면서도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