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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새해 앞두고 美 첨단 반도체 소재 '사재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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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새해 앞두고 美 첨단 반도체 소재 '사재기' 나서

트럼프 재선 앞두고 추가 제재 우려...연말 주문 급증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zGlue의 칩렛으로 만든 데모 칩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zGlue의 칩렛으로 만든 데모 칩의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추가 수출 제한 가능성에 대비해 첨단 반도체 소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선을 앞두고 더욱 강력한 무역 제재를 우려한 중국 기업들의 연말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듀퐁, 엔테그리스, 케무어스 등 미국 공급업체들에 대한 주문이 11월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주문 품목은 화학-기계 연마 패드, 필터, 특수 용기, 고급 윤활제, 검사·테스트용 전구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모품들이다.

한 칩 유통업체는 "중국이 현지 대체재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미국 공급업체의 제품이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고 설명했다. 듀폰은 칩 제조의 핵심 공정인 화학적-기계적 연마에 사용되는 고품질 패드를, 엔테그리스는 웨이퍼 운반용 특수 플라스틱 캐리어와 필터를 공급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소재 확보와 함께 대체 공급원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칩 생산장비 공급업체 임원은 "고객사들이 주요 소모품의 공급 중단 위험을 우려해 2차 공급원 검증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 140개 중국 기업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등 제재를 강화했다. 공급업체들은 1월 2일 또는 31일까지 이들 기업과의 계약을 완료해야 하며, 이후에는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특히 미 정부는 중국의 성숙한 칩 생산에 대한 공급망 검토 결과, 미국 기업의 83%가 자사 제품에 중국산 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7년 12월부터는 정부 기관의 중국산 칩 포함 제품 조달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중국의 반도체 무역 관행에 대한 '섹션 301 조사'도 개시했다. 다만 이 조사는 바이든 퇴임 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사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는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웨이에 대한 5년간의 제재 경험을 통해 중국은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는 첨단 소재의 비축과 대체 공급망 구축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 심화가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핵심 소재의 안정적 확보와 기술 자립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반도체 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의 미국산 소재 비축 움직임은 공급망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한국도 핵심 소재의 재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는 기술 자립화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한 산업연구원 전문가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핵심 기술과 소재의 국산화 노력을 가속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속 새로운 기회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의 미국산 소재 대체 수요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련 기술력 확보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