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42억 달러 규모 DJT 주식 보유가 새로운 정치·경제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배런스는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TMTG) 지분이 차기 행정부 운영과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29일(현지시각) 경고했다. 한국에서도 정치인의 기업 지분 보유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디지털 시대 정경유착 방지의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TMTG의 최대주주로서 지분율 59%(약 115백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이 주식을 취소 가능한 신탁에 이전했으나, 여전히 간접적 소유권을 유지한 채 장남에게 의결권만 이전하는 등 편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터 마켓의 데니스 켈러허 CEO는 이를 '한쪽 눈을 가린 맹목적 신탁'이라고 비판했다.
美 정부윤리국은 대통령의 이해상충 회피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전 임기에서도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가족 신탁으로 우회한 전력이 있어, 이번 조치 역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TMTG의 기업가치를 둘러싼 논란은 현대 금융시장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을 보여준다. 3분기에 순손실 1920만 달러를 기록하고 매출은 고작 100만 달러에 그친 기업의 시가총액이 78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은 기업의 실제 가치와 주가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의미한다. TMTG는 트루스+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와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Bakkt) 인수 추진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나, 주요 증권사들이 분석 커버리지조차 제공하지 않고 기관투자자들이 참여를 꺼리는 상황은 이 기업의 가치 평가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의 단면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과 정치적 파급효과가 결합되면서 매출, 이익, 성장성과 같은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특히 TMTG의 시가총액이 2025년에 60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는 스냅과 같은 기존 소셜미디어 기업의 가치를 상회한다는 사실은 시장의 비합리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건전한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기업을 지배하게 되면 정부 정책이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거래가 실제 기업가치와 동떨어진 자산가격 거품을 조장할 수 있으며, TMTG가 계획 중인 암호화폐 시장 진출은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의 공정성과 객관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트럼프의 TMTG 지분 보유는 디지털 시대 금융민주주의의 새로운 도전과제다. 정부는 강력한 이해상충 방지책을 마련하고, 금융당국은 정치 연계 주식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대기업 총수 출신 정치인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나 투기성 주식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를 우선해야 하며, 정경유착과 시장 교란의 위험으로부터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당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