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세계 최대 성장국 인도의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의 낙관적 경제성장 전망이 기후 변화의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지적했다. 기후 변화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역시 이 문제에 자유롭지 않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은행은 인도의 2024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를 7%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기후 변화가 2070년까지 인도 GDP의 최대 25%를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인도 GDP의 3분의 1이 자연 관련 부문과 직접 연관된 가운데, 극심한 가뭄과 물 부족, 폭염으로 인한 전력망 과부하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미 GDP의 5% 이상을 기후 적응에 지출하고 있다.
기업 활동도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음식 배달 앱 조마토는 열 스트레스로 인한 실적 부진을 보고했고, 인프라 기업 라르센 앤 투브로는 폭염 대응을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COP29 정상회담 기간 중에는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학교 폐쇄와 항공편 결항이 잇따랐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기후변화의 경제적 충격을 정량화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AlphaGeo는 인구밀도, 산업구조, 기후위험 노출도 등을 고려해 2030년 인도 GDP가 정부 전망보다 약 5000억 달러 낮은 7조75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스위스재보험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인도의 보험 손실액을 204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S&P도 기후 위험이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주요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인도의 기후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인도 정부의 낙관적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인도는 기후 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500GW로 확대하고, 전체 에너지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을 현재 100GW에서 2070년까지 7,400GW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전기차 보급, 그린 수소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스마트 시티 구축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
이는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배터리, 수소 경제, 스마트 그리드 등의 기술은 인도의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국의 경제 협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후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의 구조적 과제가 되었다. 특히 신흥국의 기후 취약성은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경제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