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지배하는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AI의 교통법규 해석과 준수 문제가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캘리포니아 법규를 위반하며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에게 양보하지 않는 사례를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술 칼럼니스트 제프리 파울러는 일주일 동안 12대 이상의 웨이모 차량이 보행자 양보 의무를 위반하는 현장을 직접 촬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준비 중인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웨이모 AI가 교통법규를 선택적으로 준수하는 현상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AI의 기술적 한계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행자의 의도 예측, 복잡한 도로 상황 해석, 돌발 상황 대응에 여전히 불완전하다. 특히 트럭 뒤에 가려진 보행자나 자전거 인식, 공사 구역이나 임시 도로 표지판 해석에서 취약점을 보인다.
둘째, 안전과 효율성 사이의 딜레마가 있다. AI는 원활한 교통흐름과 보행자 안전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웨이모는 VectorNet과 같은 새로운 AI 시스템을 개발하여 도로 이용자의 행동을 더 정확히 예측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셋째, 법적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현행법상 자율주행차의 법규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체계가 미비하다. 한 교통 전문가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위반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법규를 무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웨이모가 산업 경쟁력을 위해 의도적으로 더 공격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자율주행 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AI의 상황 인식 능력과 판단력 향상이 필요하다. 웨이모는 현재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AI 모델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나, 이번 문제 제기에서 보듯이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책임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또한, 보행자 보호를 위한 스마트 신호등, 횡단보도 경보 시스템 등 인프라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웨이모는 차량 지붕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행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부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함께 AI의 윤리적 판단 기준을 정립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시티 구축 과정에서 자율주행차와 보행자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도로 인프라 설계가 필수적이다.
AI 자율주행차의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며 일반 운전자 대비 57% 낮은 사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번 횡단보도 사례에서 보듯 보행자 안전과 관련된 기술적, 제도적 과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AI의 상황 인식 능력과 판단력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이 지속되어야 한다. 동시에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적 책임 체계 확립과 도로 인프라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보행자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만큼,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웨이모의 사례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보행자 안전, 법규 준수, 윤리적 판단 등 해결해야 할 복합적인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는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 이처럼, 완전한 자율주행 실현은 이러한 과제들이 충실히 해결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