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670억 달러로, 연평균 6.9~8.1%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까지 12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한 대당 필요한 반도체 수가 일반 차량의 두 배인 약 1300개에 달하며, 최신 모델의 경우 3000개까지 사용된다는 점은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이러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024년에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국으로 올라섰으며,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국산 칩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히 분기별로 현지산 칩 구매 현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등 자급자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인피니언,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등 상위 5개 기업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자동차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2022년의 10%에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NXP는 중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노력이 자동차 부문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반도체 자급자족률은 2020년 약 16%에서 2023년 23%로 크게 증가했다. AI와 5G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메모리 기술과 AI 플랫폼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특히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용 칩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18-24개월로 좁혔으며,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생산 능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을 요구한다. 시스템 반도체와 첨단 공정 분야에서의 기술 격차 확대, 신규 시장 개척,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자율주행과 전기차용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중국의 자동차용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