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AI 기술주 주도의 강세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닷컴버블 시기와 유사하다는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4년 12월 31일(현지시각) 배런스와 월가 소식에 따르면, 시장은 AI 혁신 기대감과 1999년 닷컴버블 붕괴 전의 과열 양상이 겹치며 혼조된 전망을 보이고 있다. 특히 S&P500이 2년 연속 24% 상승하며 기록한 25년 만의 최대 상승세는 지난해 부진했던 한국 증시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시장의 낙관론은 견고하다. 월가 전문가들의 54%는 2025년 S&P500이 현재보다 10% 상승한 65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AI, 양자컴퓨팅, 로봇공학 등 신기술 기업들이 상승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다.
시장 내부에서는 경계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의 S&P500 시가총액 기여도가 2023년 65%에서 2024년 57%로 하락한 점은 시장 상승 동력의 편중 현상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12월의 2% 하락은 연말 차익실현을 넘어서, 기술주 고평가와 실적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은 시장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율 60% 인상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이미 CME 페드워치 지표는 시장 참여자들이 2025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연 6회에서 4회로 하향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역사적 사례는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S&P500은 2018년과 2022년 12월 각각 9.2%, 5.9% 하락 후 이듬해 1월에 6% 이상 반등했고, 연간으로는 20% 이상의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나타나는 금융과 에너지 섹터로의 자금 이동은 시장이 AI 열풍의 과열을 경계하면서도 경기 회복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금융권의 견조한 실적과 에너지 기업들의 시설투자 확대는 상승 모멘텀의 다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시장에 대한 함의는 더욱 복합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AI 수요 확대에 따른 호재가 예상되나, 메모리 가격 변동성과 미중 갈등 심화로 실적 향방이 불확실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은 AI 기술 상용화로 수혜가 기대된다. 반면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기차 밸류체인 기업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포스코, LG화학 등 소재 기업들도 미중 갈등 심화시 공급망 재편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어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2025년 시장은 기술 혁신의 지속성과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상반된 힘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1999년과의 유사성은 경계 요인이나, 기술 혁신의 본질적 가치와 업종 다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투자자들에게는 다음 세 가지 접근이 중요해 보인다. 첫째, AI 등 기술주는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실적 성장세 둔화 우려를 고려해 개별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수익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금융, 에너지 등 전통 산업 내 디지털 전환 선도기업들의 실적 개선 모멘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고배당·저변동성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중 포함해 위험 분산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