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AI 혁명이 세계 경제의 지형도를 바꾼 가운데, 2025년은 기술 패권과 정치적 변화가 맞물려 글로벌 경제의 판도가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 악시오스(Axios) 2024년 12월 30일과 31일 보도에 따르면, AI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S&P500 지수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했다. 한국의 AI 반도체 기업들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 2024년 회고, AI가 바꾼 세계
주목할 만한 변화는 AI 네이티브 기업들의 강력한 자금 조달 모멘텀이다. 많은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연간 반복 수익(ARR) 50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AI 관련 기업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진행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AI 투자도 가속화됐다.
◇ 2025년 전망, 새로운 질서의 태동
2025년은 기술과 정치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AI 하드웨어, 특히 칩과 가속기 시장은 2025-2026년 41%의 성장이 예상되며, 엣지 AI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노트북의 보급률이 21.7%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어 PC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AI 에이전트의 도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기업의 70%가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품질 관리 자동화를 위한 AI 기술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는 2025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세계 경제의 변수다. "미국 우선" 정책에 따른 대중 고율 관세, 이민 제한, 규제 완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다. 감세 정책 추진도 예상되며, 이는 미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MF는 2025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다만 인도(6.8%)와 아세안 5개국(4.7%)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통화 긴축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의 기회와 도전
한국은 AI 반도체와 원전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원전 산업 진출로 촉발된 빅테크의 에너지 전환은 한국의 원전 수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전 요인도 만만치 않다. 대내적으로는 탄핵정국 장기화와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여야 대립 심화로 인한 정책 공백과 사회 갈등은 기업 투자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미중 갈등 심화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있어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
환율 변동성 확대도 리스크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원화 가치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이는 수출기업의 수익성과 외국인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함께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기술 혁신 가속화, 공급망 다변화,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핵심 과제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발굴이 중요하며, 원전·방산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2025년은 AI 혁신과 정치적 변화가 만드는 새로운 질서의 원년이 될 것이다. 모든 국가가 같은 출발선에 섰지만,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갈릴 전망이다. AI 기술력과 활용 능력, 정치적 안정성과 사회적 통합력,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술 혁신과 사회 통합의 균형이다. AI 기술의 발전이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국가 경쟁력은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제조업 경쟁력, 높은 교육 수준은 강점이지만,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은 약점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함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통합의 힘도 키워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