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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국 견제용 핵잠수함 건조로 제조업 부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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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국 견제용 핵잠수함 건조로 제조업 부활 도전

자동차 산업 몰락 후 첨단 방위산업으로 제조업 혁신 노린다

미국 코네티컷주 그로튼에 있는 뉴런던 잠수함 기지에서 열린 공격 잠수함 노스다코타 인도식 장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코네티컷주 그로튼에 있는 뉴런던 잠수함 기지에서 열린 공격 잠수함 노스다코타 인도식 장면. 사진=로이터
호주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핵잠수함 건조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업 부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각) 호주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이라는 불확실성에도 향후 30년간 2500억 달러 규모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사한 안보 환경에 처한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 구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호주의 제조업은 2017년 토요타, 홀덴, 포드 등 주요 자동차 공장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값비싼 노동력과 작은 내수 시장 탓에 경쟁력을 상실한 호주 제조업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커스(AUKUS) 동맹을 통한 핵잠수함 건조 사업은 첨단 방위산업을 통한 제조업 혁신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30년간 약 2만 개의 직접 일자리 창출과 함께,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인한 간접 고용 효과 1만개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GDP 누적 기여도는 약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조선, 엔지니어링, 첨단 제조업 분야의 기술 혁신이 호주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정부의 준비는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남호주주를 중심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전 교육과정에 방위산업 관련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특히 핀든 테크니컬 칼리지는 BAE 시스템즈 등 방위산업체가 직접 설계한 실무중심 교육을 제공하며, 이는 미래 방위산업 인재 육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질 군사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60여 명의 호주 해군 장병이 미국과 영국에서 핵추진 잠수함 운용 훈련을 받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미국과 영국의 핵잠수함이 서호주에 순환 배치된다. 2032년경에는 미국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고, 이후 애들레이드에서 자체 건조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군수산업을 넘어 광범위한 기술혁신을 동반한다. 극초음속 무기, 사이버 기술, 퀀텀 컴퓨팅,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영국과의 포괄적 협력이 이뤄진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동시에, 호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하면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오커스 협정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호주는 자동차 산업 몰락 이후 첨단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져, 영국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BAE 시스템즈나 미국의 군함 제조사인 HII(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와 같은 외국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들 기업은 이미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데, BAE 시스템즈는 영국 설계를 바탕으로 한 잠수함 건조를, HII는 버지니아급 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핵심 기술과 생산 능력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호주의 자체적인 방위산업 역량 강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호주의 사례는 한국의 방위산업, 특히 원자력 잠수함 개발 구상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은 호주와 달리 세계적 수준의 조선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적 기반이 탄탄하다. 그러나 핵추진 기술 확보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 장기적 인력양성 체계 구축, 민간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 등의 과제는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 계획은 국가 안보와 산업 혁신을 연계한 야심찬 도전이다.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장기적 정치적 의지, 안정적 재원 확보, 체계적 인력양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군사력 증강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로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