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마약 시장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자료에 따르면 연간 4000억 달러(약 587조 원) 규모로 급성장하면서 국제 질서와 경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12월 28일(현지시각) 보도한 심층 분석에 따르면, 알바니아 범죄 조직이 주도하는 초국가적 마약 밀매 네트워크가 전례 없는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마약 사범도 지난 10년간 2.8배 증가해 2023년 2만7611명에 달했다. 이는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통계는 위협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2022년 전 세계 코카인 생산량은 2,757톤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마약 사용자 수는 2억920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20%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마약 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중심이었던 코카인 시장이 유럽, 아시아, 호주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조직범죄 양상도 수직적 카르텔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알바니아 범죄 조직의 에콰도르 장악은 이러한 변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3년 에콰도르 당국이 압수한 코카인은 251톤으로, 특히 유럽행 물량(81톤)이 미국행(18톤)의 4배를 넘어섰다. EU 국가들의 코카인 압수량은 2011년에서 2021년 사이 5배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미국을 추월했다.
마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급증하고 있다. 알코올 남용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2490억 달러, 불법 약물로 인한 손실은 193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도 심각한데, 2024년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 사용 추정 인구가 40만53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마약 사용 조사 대상자 1만3351명의 30배를 적용한 수치다. 2023년 마약 관련 범죄로 조사된 인원은 2만7611명으로, 2019년 이후 마약 사용 추정 인구는 22.5% 급증했다.
가장 큰 위험은 마약 조직의 정부 침투다. 에콰도르의 사례는 이들이 사법부, 교도소, 보안군 등 국가 시스템 전반을 부패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바니아 마약 조직의 주요 인물인 드리탄 렉세피는 교도소에서도 자신의 감방을 중역실처럼 개조하고 마약 제국을 운영했으며, 판사를 매수해 가택연금 허가를 받아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 1월 에콰도르에서는 갱단들이 정부 기관과 언론을 공격해 노보아 대통령이 내부 무력 충돌 상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야 했다.
국제사회는 이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 마약퇴치 전략 2021-2025'를 통해 회원국 간 정보 공유와 공조 수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마약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검찰청은 마약범죄 특별수사단을 신설했으며, 관세청은 인공지능(AI) 기반 수입화물 검사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원을 확대하고,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약 문제는 이제 단순한 범죄가 아닌 국제 안보와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도전이 되었다. 각국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과 함께, 국제 금융 시스템 감시 강화, 물류망 투명성 제고,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한국은 동아시아 마약 유통의 중간 경유지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