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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트럼프 2기 앞두고 중국과 거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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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트럼프 2기 앞두고 중국과 거리 둔다

관세 전쟁 피하던 美 기업들, 이제는 묵묵히 중국서 '철수'
시장 점유율 감소와 정부 정책 변화로 중국 내 입지 약화

미국 기업들의 중국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기업들의 중국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애플과 나이키를 비롯한 거대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경고하며 적극 반대했다. 농업 분야 기업들도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둔 현재, 기업들은 공개적 발언을 자제하고 조용히 중국 사업을 재조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양국 관계 악화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더 이상 무한한 '기회의 땅'으로 보지 않는다. 아스펜 안보 포럼의 안야 마누엘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미국의 대중 수출은 1478억 달러(약 216조7900억 원)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으며, 대중 무역 격차는 2450억 달러(약 359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가 특히 주목하는 경제 지표다.

이러한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이탈 움직임은 개별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현지 커피 체인들의 공세에 시장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2016년 하워드 슐츠 전 CEO는 중국이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2달러 미만의 저가 커피를 판매하는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사업 재편을 검토하게 됐다. 스타벅스의 브라이언 니콜 CEO는 "경쟁 환경이 매우 치열하다"며 중국 사업 전략의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GM도 2007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이전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는 상황이 크게 변했다. GM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3.7%에서 2023년 8.4%로 크게 줄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소비자 보조금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혁신 속도와 가격 경쟁력은 GM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IBM은 중국 내 경쟁 심화로 연구개발 부서의 철수를 결정했으며, 1000명 이상의 직원이 영향을 받았다. 이는 중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마주한 구조적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 유출 우려와 현지 기업들의 성장이 IBM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정책 기조 변화도 기업들의 중국 전략 수정을 부추겼다.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는 AI 관련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3%에서 11%로 올렸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중국을 위해 나선다면, 그에 따르는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최근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제안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트럼프 1기 때처럼 관세 면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나, 동시에 생산 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로 다변화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정부의 기조에 부합하면서도 기업의 생존을 도모하는 현실적 대응으로 평가받는다.

아시아 그룹의 커트 통은 "기업들이 중국 투자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해도, '미국에 투자하라'는 한 마디로 반박당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부담으로 미국 기업들은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거나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공개적 로비보다는 실질적인 사업 재편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조용한 탈중국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