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든 기업이 폭풍에 휩쓸려 가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감한 기술 투자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독일 경제의 미래는 이들의 혁신과 도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인더스트리 4.0'을 넘어,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구축
독일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는 제조업 생산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여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로봇과 AI 시스템이 생산 라인을 제어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품질 관리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고객 맞춤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멘스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생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실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 '메이드 인 저머니'의 변신, 프리미엄 전략과 틈새시장 공략
독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여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고급 소비재, 첨단 의료 장비, 명품 자동차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또 다른 기업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전문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특수 분야나 맞춤형 제품 시장에 집중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독일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거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국 생산)' 전략을 통해 인접 국가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 시설을 유지하거나 '리쇼어링(reshoring, 본국회귀)'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을 국내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독일은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선도 국가로,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 배출 감소, 순환 경제 구축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 RWE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지멘스는 수소 에너지 및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 정부의 역할, '혁신 생태계' 조성…과도한 규제는 '걸림돌'
독일 정부는 기업들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세금 감면, 인프라 확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독일의 경직된 노동 시장, 복잡한 규제, 높은 세금 등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일 정부는 기업들의 혁신을 촉진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탈산업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기술 혁신으로 무장한 '스마트 팩토리'는 독일 제조업의 새로운 심장이 되고 있으며, 해외 시장을 향한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은 독일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친환경 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탈산업화의 격랑 속에서 독일 기업들은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그들의 성공적인 변화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탈산업화 시대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독일은 과연 '녹슨 톱니바퀴'를 다시 돌릴 수 있을까? 그들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