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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SUV 텔루라이드 '브레이크 결함'으로 집단 소송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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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SUV 텔루라이드 '브레이크 결함'으로 집단 소송 직면

美 소비자들 "갑작스런 제동 불능" 피해 호소…마스터 실린더 결함 의혹
신차 출고 3주~6개월 만에 잇단 사고…기아 조기 해법 찾아야 할 듯

2022년 4월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 쇼에서 공개된 2023 기아 텔루라이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4월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 쇼에서 공개된 2023 기아 텔루라이드. 사진=로이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세이프티 퍼스트(Safety First)' 원칙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아의 대표적 SUV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위험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브레이크 결함으로 집단 소송에 직면하면서다.

1일(현지시각) 카컴플레인츠 닷컴에 따르면, 텍사스와 캔자스에 거주하는 두 명의 원고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텔루라이드 운행 중 브레이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며, 제조사인 기아가 이러한 결함을 인지하고도 소비자에게 경고하거나 리콜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 남부부에 제기된 이번 소송은 2020년부터 2024년형 텔루라이드 전 모델의 브레이크 고장 문제를 다루고 있다.

■ 연이은 브레이크 고장 사고와 구체적 피해 사례


텍사스주의 사라 레이먼드는 2023년 중반 구매한 2023년형 텔루라이드에서 치명적인 브레이크 고장을 경험했다. 2024년 11월, 그녀의 차량이 언덕길을 주행하던 중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앞서가던 차량과 충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후 처리였다. 사고 차량은 기아 딜러십과 정비소에 약 6주간 방치됐고, 명확한 수리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레이먼드는 매주 렌터카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했다.

캔자스주 미셸 오브라이언의 사례는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2024년 10월 말 구매한 2024년형 텔루라이드가 출고 후 불과 3주 만에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정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 페달이 압력 손실로 바닥까지 떨어졌고, 최대한의 힘으로 밟아야만 겨우 제동이 가능했다. 딜러십은 수리 완료를 통보했으나, 정작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리했는지 구체적 설명은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아 소비자 상담 부서에서 차량 인수를 만류했다는 사실이다.

■ 마스터 실린더 결함 의혹과 현재 진행 중인 조사


두 사례의 공통점은 브레이크 시스템 문제이다. 자동차 안전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브레이크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마스터 실린더의 결함을 시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도 원고 측은 브레이크 시스템의 마스터 실린더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브레이크 라인 내 공기 유입, 장애물, 막힘 또는 유압 유체 전달 문제가 지적됐다. 이러한 결함은 브레이크 페달이 스펀지처럼 푹 꺼지거나 브레이크 압력이 손실되는 현상을 유발하며, 이는 차량 제어 불능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법무법인 아둣 & 울프슨 PC와 슈브 & 존스 LLC가 공동으로 원고들의 법적 대리를 맡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의 조사는 진행 중이며, 결함의 근본 원인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 발견을 통해 정교화되고 정확하게 지적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 제조사의 미흡한 대응과 안전 불감 논란


원고들의 심각한 우려와 달리 기아와 딜러의 대응은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기아 딜러는 대여 차량을 제공하지 않고 원고에게 텔루라이드가 수리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딜러십이 브레이크 문제가 어떻게 수리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고, 안전 문제로 운전을 꺼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원고는 자신의 차량이 여전히 딜러에 있으며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아 소비자 보호국에서도 텔루라이드를 인수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기아는 브레이크와 마스터 실린더 문제를 알고 있지만, 텔루라이드 브레이크 리콜을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또한 고객에게 브레이크 문제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딜러십의 수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수리나 해결책을 바라는 것은 헛수고일 뿐"이라는 소장의 표현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제조사의 위기관리 전략과 대응 현황


주목할 점은 기아의 전반적인 품질 관리와 대응 방식이다. 기아는 텔루라이드와 관련하여 시트 모터 과열 문제로 46만3000대, 주차 상태에서의 무단 이동 문제로 42만대 이상을 리콜하는 등 품질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특히 주차 시 무단 이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운전자들에게 차량에서 내릴 때 비상 브레이크를 걸도록 권고하는 등 소비자 안전을 위한 경고 조치도 실시했다.

자동차산업 분석가들은 이번 브레이크 결함 사태가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나 2009년 토요타의 급발진 사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폭스바겐의 경우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의도적 은폐였고, 토요타는 소프트웨어 결함이 주요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 텔루라이드의 브레이크 문제는 기술적 결함과 대응 속도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브레이크, 시트 모터, 주차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단일 이슈였던 이전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 자동차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점되나

이번 사태는 자동차 업계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잠재적 결함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이다. 소비자 불만이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를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딜러와 제조사 간 소통 체계의 개선이다. 이번 사례에서 딜러들은 명확한 수리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는 소비자 불신을 키웠다.

셋째, 안전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 결과와 수리 계획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 향후 전망과 과제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 남부부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소송의 결과와 별개로, 이번 사태는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품질과 안전에 대한 선제적 관리, 투명한 소통, 신속한 문제 해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기아 브랜드의 신뢰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향후 기아의 대응과 안전관리 체계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