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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美 '국가안보' 카드에 140억 달러 M&A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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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美 '국가안보' 카드에 140억 달러 M&A 좌절

바이든, 동맹국 일본제철 인수 차단...글로벌 기업들 진출 전략 재검토 불가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140억 달러 규모 US스틸 인수를 무산시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140억 달러 규모 US스틸 인수를 무산시켰다. 사진=로이터
국가안보가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올랐다.

배런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140억 달러 규모 US스틸 인수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무산시켰다고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의 이번 결정은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며,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 현대화에 수십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미 국방부 자료는 자국 철강 생산량의 3%만이 군사용임을 보여준다. 생산시설과 노동력도 미국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미국 통상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로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만 해도 이는 일시적 조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동맹국과의 기업 인수합병까지 막아섰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공신력도 손상됐다. CFIUS는 50년 역사에서 9건의 거래만 불허했고, 모두 중국 관련 첨단기술 분야였다. 이런 상황에서 CFIUS는 앞으로 국가안보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첨단기술, 에너지, 희토류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심사가 강화될 전망이다.

세계 기업들은 미국 진출 전략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철강, 반도체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서 미국 내 대규모 노조가 있는 기업 인수는 정치적 민감성이 매우 높다는 교훈을 얻었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투자 시 현지 기업과의 합작이나 기술 제휴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내 그린필드 투자를 통한 단계적 시장 진입을 고려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처럼 현지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도 유효하다.

다른 국가들의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대만 TSMC는 애리조나 공장 설립 시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미국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현지 노조와 사전 협의를 강화했다. 일본 도요타는 텍사스 공장 증설 시 지역사회 기여를 강조하며 정치적 지지를 확보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도 뚜렷하다.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국가안보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의회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행정부의 시장 개입을 견제할 장치도 부족하다.

이번 사태는 자유무역 질서가 각국의 정치 논리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은 동맹국과의 경제 협력보다 자국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미국은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를 더욱 밀접하게 연계하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 질서가 블록화된 경제 체제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경제 논리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고려한 포괄적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