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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면세점 매출 30% 급감...중국의 '글로벌 면세허브' 도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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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면세점 매출 30% 급감...중국의 '글로벌 면세허브' 도전 흔들

2024년 방문객 570만명대로 16% 감소...현장은 '한산'
2025년 매출 63조원 목표 차질 우려...당국 대책 고심

사람들이 2023년 1월 25일 중국 하이난성 산야에 있는 산야 국제 면세점 쇼핑 단지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람들이 2023년 1월 25일 중국 하이난성 산야에 있는 산야 국제 면세점 쇼핑 단지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면세점이 이렇게 한산한 건 처음이에요. 작년만 해도 명품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최근 중국 하이난성 면세점 분위기를 대변하는 현지 반응이다. 현재 하이커우시의 대형 면세점들은 한산한 분위기라고 한다. 매장 곳곳에 세일 안내문이 붙었지만, 발길을 멈추는 관광객도 드물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4년 하이난 면세점 매출은 309억4000만 위안(약 5조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3% 감소했다. 방문객 수도 568만3000명으로 전년(675만6000명)보다 15.9% 줄었다.

특히 이번 매출 부진은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하이난을 연간 매출 63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면세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현재의 매출(309억4000만 위안)과 방문객(568만명) 규모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섬 전역을 면세구역으로 지정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직접 운영도 허용할 방침이다.
중국의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3.0%로 시장 예상치(4.6%)를 밑돈 것처럼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리버 와이만 컨설팅의 케네스 차우 수석 컨설턴트는 "여기에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이 늘고 말레이시아의 무비자 정책으로 해외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루이비통, 케링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로레알, 에스티로더 같은 뷰티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럭셔리 브랜드 관계자는 "하이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매출이 급감하자 향후 투자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25년까지 하이난을 일본, 싱가포르, 한국과 경쟁하는 면세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 면세품 그룹 같은 현지 파트너 없이도 직접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하이난이 두바이나 싱가포르를 제치고 글로벌 면세 시장의 선두로 나서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지역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이난성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면세점 쇼핑 한도 상향과 면세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력해 하이난만의 특별한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14억 인구의 소비 잠재력을 고려할 때 단기적 매출 감소가 반드시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