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스템의 대규모화가 네트워크 기업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의 네트워킹 책임자 길라드 샤이너는 "현재 AI 컴퓨팅의 기본 단위는 개별 프로세서가 아닌 데이터센터 전체"라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의 엑스AI가 공개한 콜로서스 AI 슈퍼컴퓨터는 10만 개의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100만 개 프로세서를 갖춘 차세대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시장 성장을 이끄는 것은 대형 기술기업들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2024년 3분기 자본지출은 전년 대비 50% 늘어 연간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AI 관련 지출이 40%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초당 400기가비트인 백엔드 네트워크 속도는 2025년 800기가비트, 2026년 1.6테라비트로 빨라질 예정이다. 최근 마벨·루멘텀·코히런트는 480킬로미터 거리의 데이터센터 간 광통신 연결에 성공하며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네트워크 기술 발전은 의료, 금융, 자동차 산업에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와 최적화, 보안 강화, 예측 유지보수 등으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5G 및 6G 네트워크용 고성능 네트워크 칩과 광학 부품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으며, 5G 광통신 핵심부품 31종의 국산화 성공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시스템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중소기업들도 특화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할 과제도 있다. 전력 소비와 열 발생은 대규모 AI 시스템 구축의 핵심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에너지 절감형 컴퓨팅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양자암호 등 신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체계적인 육성과 재교육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단순히 뛰어난 프로세서나 알고리즘을 넘어, 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운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력으로 결정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