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결의 새로운 열쇠가 바다에서 찾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해양 알칼리도 향상' 기술이 연간 최대 30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으로 부상했다.
이는 2021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 36.3기가톤의 약 8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는 파리협정의 1.5°C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필요한 연간 이산화탄소 제거량인 6~10기가톤의 3~5배에 이른다. 특히 2050년에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6~10기가톤의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는 규모여서, 대기 중에 이미 축적된 이산화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조선해양 강국인 한국은 이 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신산업 창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2023년 기준 세계 조선 수주 점유율 45%를 차지하는 한국 조선업계는 해양 탄소 제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전망이다.
해양 알칼리도 향상은 바다의 자연스러운 탄소 흡수 과정을 촉진하는 기술이다. 바다는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고로서, 석회암과 현무암 같은 알칼리성 암석의 풍화작용으로 pH 8.2의 약알칼리성을 유지해왔다. 이 기술은 자연 과정을 강화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수만~수십만 년 동안 안정하게 저장할 수 있다.
실증 실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2025년 여름 매사추세츠 해안에서 LOC-NESS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26년에는 메인 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플래너테어리 테크놀리지는 2024~2025년 버지니아 노퍽 연안 실험을 준비하며, 이미 138미터톤의 탄소 제거 성과를 올렸다. 엡 카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10년간 35만 미터톤 규모의 탄소 제거 계약을 맺어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2030년대 초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예일대 매튜 아이사먼 교수는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서는 현재의 수십만 미터톤에서 수십억 미터톤 규모로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채굴, 운송, 분배 과정의 비용과 에너지 효율 개선도 시급하다.
해양 생태계 영향도 중요한 쟁점이다. 매사추세츠 바닷가재 협회 등 어업계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해양 알칼리도 향상 원양 영향 상호 비교 프로젝트(OAEPIIP)가 추진되고 있다. 해양 생태계와 수질 변화를 지속해서 관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기술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연간 100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탄소 거래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기술력으로 특수선박 건조와 해양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친환경 선박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 진입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알칼리도 향상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와 해양 산성화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혁신적 해결책이다. 2030년대 초반 본격화될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최대 30기가톤의 이산화탄소 제거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기술, 경제, 환경 분야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지속적 노력이 요구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