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요 싱크탱크들이 외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의 거대 자금에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월 3일(현지시각) 폴리티코는 퀸시 책임있는 국가경영연구소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퀸시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도 2019년 이후 미국 주요 싱크탱크들에 44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책연구 자금의 투명한 집행과 관리가 글로벌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상위 50개 싱크탱크가 최근 5년간 외국 정부에서 1억1000만 달러, 주요 방산업체에서 3500만 달러를 받았다. 둘째, 대서양위원회와 브루킹스연구소는 각각 2100만 달러, 1700만 달러를 받아 외국자금 수혜 1, 2위를 기록했다. 셋째, 전체 싱크탱크의 3분의 1 이상이 기부자 정보를 비공개로 하는 '다크머니 싱크탱크'로 분류됐다.
이 불투명한 자금 운영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싱크탱크들은 자금 출처 공개 의무가 없다. 또한, 특정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받는 자금이 알려질 경우 연구 독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공개를 꺼린다. 비민주적 국가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기부금도 평판 훼손을 우려해 익명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심각성은 작년 여름 발생한 수미 테리 스캔들에 분명히 드러났다. 미국외교협회(CFR) 소속 선임연구원이었던 테리는 한국 정부를 위해 부적절하게 일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은 싱크탱크와 외국 정부 간 불투명한 관계의 위험성을 상징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안보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된다. 특정 국가나 이익집단의 의도가 미국의 외교, 국방, 통상정책에 반영될 경우 국제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 대북정책이나 동아시아 전략이 왜곡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식 채널보다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불투명한 영향력 행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싱크탱크들의 자발적 개혁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부자 공개, 이해상충 방지, 의회 증언 시 자금 출처 명시 의무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감시도 중요하다.
'다크머니'가 워싱턴 싱크탱크를 잠식하고 있다는 이번 보고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각국 정부와 의회는 정책연구기관의 자금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연구기관들도 자발적인 정보 공개로 공신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