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달러로 GPT-4급 AI를 개발하는 혁신적 방식이 글로벌 기술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기반으로 한 AI 전문 플랫폼인 오픈툴스는 4일(현지시각)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혁신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고가 GPU에 의존하는 AI 개발 방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 '딥시크 V3'는 기존 AI 개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600만 달러로 구현됐다. 핵심은 'Mixture-of-Experts(MoE)' 아키텍처다. 이는 마치 여러 전문가가 각자의 분야를 나눠 처리하듯, AI가 작업할 때 게이팅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적합한 '전문가' 모델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모든 작업에 전체 모델을 가동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총 671B의 매개변수 중 실제 처리에는 37B만을 사용해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Multi-Token Prediction(MTP)' 기술을 통해 여러 단어를 동시에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이전 모델보다 3배 빠른 초당 60토큰의 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기술의 성능은 객관적 테스트를 통해 검증됐다. 딥시크 V3는 코드포스 등 국제 공인 테스트에서 메타의 라마 3.1, 오픈AI의 GPT-4o 등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였다. 특히 코딩, 수학, 언어 처리 분야에서 우수한 결과를 도출했다. 주목할 점은 최신 GPU가 아닌 기존 하드웨어로도 이러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검토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실사용자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일관성 검증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데이터 처리의 정확성, 알고리즘 편향성 검증,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보안 이슈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검증과 표준화 과정에는 통상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혁신적 기술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딥시크의 사례는 고성능 AI 개발에서 최신 GPU의 절대적 필요성이라는 기존 인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개발 비용 구조의 혁신적 변화로 산업 전반에 걸쳐 AI 기술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025년 이후 고가 GPU 수요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이러한 기술 혁신은 안보상의 이유로 서방 국가들이 즉시 도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유 진영의 기업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1~2년 내 이에 상응하는 효율적 AI 개발 방식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개발 비용 구조의 혁신적 변화는 산업 전반에 걸쳐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 반도체 ETF인 SMH는 2024년 7월 이후 이러한 시장 전망을 반영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반면 국내 AI 기업들에게는 개발 비용 부담 감소로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이번 혁신은 AI 기술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도 고성능 AI 개발이 가능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신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