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이 국가별로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며 새로운 기로에 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2월 2일과 올해 1월 2일 잇달아 보도한 아시아 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필리핀과 대만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생산 전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가별 성과가 크게 갈렸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아세안 제조업 PMI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이 2022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고, 인도네시아는 6개월 만에 성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특히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생태계와 AI 산업 연계 효과를 바탕으로 7월 이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국가별 차이는 산업 경쟁력과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다.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액 5조 대만달러 목표 아래 소재·장비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내수 시장 확대와 세제 혜택, 인프라 개선 등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지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 60% 관세를, 브릭스 회원국에는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 솔루션스는 베트남, 일본,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들도 관세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최근의 수출 증가가 관세 부과 전 물량 확보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뱅크의 에리카 테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미래 수요를 앞당긴 것으로, 2025년 하반기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규 주문 감소로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고, 기업들의 생산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한국의 연간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긍정적 요소도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 대만, 베트남이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 증가로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도 산업 구조 고도화와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IMF는 2025년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4.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평균(3.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인도와 필리핀이 각각 6.5%와 6.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은 4.5%, 일본은 1.1%에 그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률 전망의 차이는 각국의 산업 경쟁력과 대외 리스크 대응 능력을 반영한다.
2025년 아시아 제조업은 미국의 통상정책, 세계 경기 흐름, AI 산업 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가별 성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술 경쟁력 확보와 위험 관리 능력이 각국 제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