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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천연가스 저장량 3개월새 24%P 급감...한파가 새로운 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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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천연가스 저장량 3개월새 24%P 급감...한파가 새로운 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관 중단에 노르웨이 LNG 설비까지 멈춰...글로벌 에너지 시장 '휘청'

프랑스 서부 보르도의 개인 주택의 가스 버너.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서부 보르도의 개인 주택의 가스 버너. 사진=로이터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3개월 만에 94%에서 70%로 급락하면서 새로운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컴퓨터 전문매체 '오버클러커스'와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6~7일(현지시각) 이같은 감소세가 201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가스 저장량은은 2025년 1월 초 현재 70%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6%보다 16%포인트 낮다. 특히 지난해 10월 94.36%를 기록했던 저장량이 불과 3개월 만에 24%포인트나 줄어들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대 최고의 한파가 주된 원인이다. 북유럽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4도 이상 낮게 유지되면서 난방용 가스 수요가 급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2025년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가격 전망을 MWh당 34유로에서 40유로로 올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84유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급망 교란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2025년 1월 1일부터 EU 가스 수요의 5%(연간 420억㎥)를 담당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관이 멈췄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이미 연간 370억㎥인 EU 총수요의 4%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여기에 유럽 LNG 공급량의 5%를 차지하는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공장마저 설비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EU는 비상대응에 나섰다. 집행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산업용 가스 소비 제한과 가정용 난방 온도 규제를 논의 중이다. 3월까지 가스 소비 15% 감축 조치를 연장했고, 미국·카타르와 추가 물량 확보 협상도 진행한다. 공동구매 플랫폼을 만들어 협상력도 높이고 있다.

다행히 미국의 신규 LNG 기지들이 속속 가동을 시작하고 있다. 벤처글로벌의 플라크마인즈는 첫 시운전을, 체니에르의 코퍼스 크리스티는 설비 확장을 진행 중이다. 이는 연간 약 200억㎥의 추가 공급 여력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공급 부족은 피할 수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주요 LNG 수입국들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 LNG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우려된다.

"이번 위기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각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이 강화되고,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장기 계약 확대, 조달처 다변화 등 대비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