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들, 2000억 달러 채권 발행 러시...금리 인상 우려에 '선제 대응'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美 기업들, 2000억 달러 채권 발행 러시...금리 인상 우려에 '선제 대응'

연초 34개사 자금조달 경쟁 가열
車·금융사 등 대기업 중심 발행 봇물

미화 100달러 지폐를 찍은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화 100달러 지폐를 찍은 모습. 사진=로이터
2025년 들어 미국 기업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며 자금 확보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요일 고용지표 발표 이후 국채 수익률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하루에만 22개 기업이 미국 투자등급 채권을 새로 발행했으며, 연초 불과 며칠 만에 총 34개 기업이 채권 발행에 참여했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투자은행들은 이번 주에만 약 650억 달러(약 95조 원), 1월 전체로는 2000억 달러(약 29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채권으로 조달될 것으로 내다봤다.

◇ 낮은 신용 스프레드가 기업 자금조달 '방아쇠'


기업들이 서둘러 채권시장을 찾는 이유는 국채와의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ICE BofA 기업지수에 따르면, 현재 스프레드는 83bp(1bp=0.01%)로, 지난해 11월 30일 기록한 최저치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신용 스프레드는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국채 금리에 더해 추가로 부담하는 금리다. 현재 0.83%에 불과한 스프레드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이 기업 채권의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코너 피츠제럴드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프레드가 역사적 최저점에 가깝고, 시장이 낮은 무위험 금리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접은 상황에서 지금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최적기"라고 진단했다.

◇ 산업별로는 자동차·금융사가 '선봉'


이날 BNP 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등 글로벌 금융사와 토요타 등 자동차 금융사들이 미 달러화 채권 발행을 주도했다. 제조업에서는 트랙터 제조사 존 디어와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가 금융 자회사를 통해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금요일에는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금융사들의 적극적 채권 발행은 대출 자금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등 대규모 투자 자금 수요가 있고, 제조업체들은 주로 금융 자회사를 통해 자사 제품 구매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 작년 발행 규모 26% 증가... 올해도 강세 전망


2024년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1조5200억 달러(약 2218조 원)로 2023년(1조2100억 달러, 약 1766조 원)보다 26% 늘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2025년 새 행정부 출범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지금 자금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채권시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의 낮은 스프레드 환경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해외 채권 발행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용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미국 채권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 정책과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자금 조달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해외 투자나 인수합병을 계획 중인 기업들은 현재의 유리한 시장 상황을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