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의 선도기업 에버그린이 2024년에도 파격적인 연말 보너스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T-온라인은 4일(현지시각) 에버그린이 올해 직원들에게 평균 20개월치 급여를 보너스로 지급할 예정이며, 여기에 3개월치 급여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3년 기준, 직원 1인당 약 3만5000유로(약 5312만 원)에 해당한다.
에버그린의 통 큰 보너스는 이미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회사는 2021년에 직원들에게 최대 40개월치 급여를 지급했으며, 2022년에는 52개월치 급여라는 기록을 세웠다. 파격적인 보너스 정책은 에버그린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상치 못한 중동 정세 불안이 오히려 회사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2024년 첫 3분기 동안 에버그린은 약 50억 유로(약 7조5871억 원)의 세후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9.4% 늘어난 수치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동 위기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이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물류비용이 크게 올랐다"며 "이는 운임 상승으로 이어져 에버그린의 수익 증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2023년 10월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상선 공격이 잦아지면서 많은 선박이 안전을 위해 우회 항로를 선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에버그린의 호실적은 글로벌 해운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해운 운임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최근 파나마 운하 가뭄과 홍해 위기가 겹치면서 주요 항로의 운송비용이 2~3배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탈중국 움직임으로 동남아시아 항로가 늘어나는 등 물류 노선 다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이는 대형 해운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버그린은 2021년 3월 자사의 '에버기븐' 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어 6일간 운하를 막으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듬해 3월에는 '에버포워드' 호가 미국 볼티모어 인근 체서피크 만에서 좌초되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에버그린은 세계 해운업계 7위 규모의 선사로, 총 223척의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40척은 자사 소유이며, 83척은 임대 선박이다. 전 세계 80개국 240개 항구에 취항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북미/중미, 동아시아-북유럽/지중해, 유럽-북미 등 핵심 항로에서 강점을 보인다.
최근에는 친환경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기준 에버그린 운영 선단의 CO2 배출량은 2008년 대비 68% 감소했으며, X-Press Feeders와 협력하여 유럽 최초 그린 메탄올 동력 피더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ESG 경영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행하며 친환경 해운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해운 전문가들은 "에버그린의 파격 보너스는 단순한 실적 보상이 아니라 우수 인재 확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해운업계가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에버그린은 높은 보너스로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2025년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선박 전환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에버그린과 같은 대형 선사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