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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차 산업(상)] 3만5000명 구조조정...전기차 시대 놓친 '車 왕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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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차 산업(상)] 3만5000명 구조조정...전기차 시대 놓친 '車 왕국'의 몰락

구조조정, 전기차 전환 실패로 왕좌를 내줄 위기 직면
독일 베를린 거리에서 자동차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베를린 거리에서 자동차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사진=로이터
전기차 시대를 맞아 독일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매서워자 독일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일자리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올해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생존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이코노믹>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변화, 산업 구조조정, 중국 업체들의 성장을 다루고,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생존 전략을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한 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호령한 독일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독일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어 운트 슈포르트'와 '도이체 벨레'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 지연과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이라는 이중고를 맞았다.

◇'구조조정 상징'이 된 폴크스바겐...전기차 전환 실패가 근인 높이기 위하여 요구되

폴크스바겐그룹 올리버 블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부 인터뷰에서 회사가 '구조조정의 상징'이 됐다며 위기를 자인했다. 3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줄이고 생산량 25%를 축소하는 대규모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노조와 협상 끝에 즉각 해고는 피했다. 그렇지만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2035년까지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총 18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만6000개가 줄었고, 2035년까지 추가로 14만 개가 없어질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이 맞고 있는 위기의 핵심은 전기차 전환 실패다. 100년 이상 쌓아온 내연기관 기술에 안주하다 전기차 혁명에서 크게 뒤처졌다. 2023년 기준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1%로, 2021년 25%에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관리센터(CAM)의 스테판 브라첼은 "e-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우디는 최근 이익이 91%나 급감했으며, 2026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이 우려된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테슬라와 BYD 등 경쟁사들이 이미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도 '비상등'...2025년이 생존 분수령


독일의 높은 임금과 에너지 비용, 과도한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단가는 중국 업체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의 매출이 480억 유로(약 72조3091억 원)로 독일 부품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2위 CATL의 매출은 290억 유로(약 43조6867억 원)를 기록한 독일 콘티넨탈을 크게 앞섰다.

독일의 차량 생산은 2013년 560만대에서 410만대로 줄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의 70%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EU는 2024년 처음으로 자동차 부품 순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블룸 CEO는 "독일은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을 독일 자동차 산업의 운명을 가를 해로 보고 있다. CO₂ 배출량을 2021년보다 15% 줄여 킬로미터당 93.6g으로 제한해야 한다. 2030년에는 더욱 엄격해져 45.9g까지 낮춰야 하는데, 이는 신차의 55%가 전기차여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장 상황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독일차 점유율은 2021년 24%에서 2023년 17%로 급감했고,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키엘세계경제연구소(IfW)의 디르크 도세는 "2025년은 독일 자동차 산업에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독일의 위기는 글로벌 3위로 도약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100년 역사의 영광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를 교훈 삼아 전기차 전환 가속화, 소프트웨어·배터리 기술 혁신, 원가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