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바늘 없는 주사·스마트 건강 검진까지...4500여 기업이 선보인 기술혁신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기술로 미래 생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혁신적 기술들이 소비자들의 일상을 근본부터 변화시킬 것이라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테크 리포터 테이텀 헌터는 현장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기술들을 직접 체험하고 선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 역시 AI 기반 첨단기술을 대거 선보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기조연설에서 "물리적 AI가 실제 세계를 변화시키는 시대가 왔다"며 로보틱스용 AI 기반 모델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자율주행과 로봇 개발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능을 새로운 차량에 도입할 계획도 발표했다.
스마트 체중계와 시계로 유명한 프랑스 기업 위싱스는 전신 '건강 검진 거울'인 옴니아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거대한 저울과 몸체 크기의 스크린을 갖춘 이 제품은 심박수, pH 수준, 근육 구성, 수면의 질뿐 아니라 운동 회복까지 측정한다. 스마트워치 등 다른 웨어러블과 연동해 하루 동안의 생체 인식 데이터를 종합적 건강 상태로 분석한다. 다만 생체정보 보안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 맥주회사 기린은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도 음식 맛을 살리는 '전기 소금 숟가락'을 공개했다. 전류로 나트륨 이온 분자를 농축해 소금과 감칠맛을 증폭시키는 이 제품은 일본에서 125달러에 판매되며, 앞으로 전 세계로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테이텀 헌터 기자는 현장에서 일반 숟가락과 전기 소금 숟가락으로 라면 육수를 비교 시식한 결과 확연한 맛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홀로커넥트의 '홀로박스 미니'는 실시간 3D 홀로그램 투영으로 원격 의료와 비즈니스 미팅의 새 지평을 열었다. 4500달러와 별도 소프트웨어 구독료가 필요하지만, 원격 소통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헌터 기자는 "작은 큐브 안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당황스러웠지만, 계속해서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고 체험을 전했다.
네덜란드 기업 플로우빔은 바늘 없이 주사를 놓는 '볼드제트'를 선보였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액체 흐름으로 피부를 관통하는 이 기술은 주사 공포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20%와 어린이의 60%가 주사바늘을 두려워해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도 빛났다. SK텔레콤은 북미 시장용 AI 비서 '에스터'를 선보였고, 현대모비스는 차량 전면 유리창에 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았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가정, 차량, 호텔,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할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삼성전자는 'Home AI'로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AI 시스템의 성능을 크게 높일 핵심 기술이다. AI 반도체와 AI 데이터 솔루션을 포함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은 AI 시스템의 성능 향상에 필수적이다.
이번 CES는 AI 기술이 헬스케어, 모빌리티, 홈 솔루션 등 생활 전반으로 확장됨을 보여줬다. 개인정보 보호, 기술 접근성, 가격 문제 등 해결 과제도 있다. 사회적, 윤리적 영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이나, 글로벌 시장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적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CES 2025는 AI 중심의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 생활의 변화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