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각각 73톤과 34톤 매입...안전자산 확보 가속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세계금협회(WGC)가 발표한 '2024년 11월 중앙은행 금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1월 한 달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53t에 이르렀다고 6일(현지시각) 인도 현지 언론 더 힌두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RBI)은 지난해 11월에만 8t의 금을 추가로 매입했다. RBI의 2024년 누적 매입량은 73t으로 늘어났으며, 총 보유량은 876t을 기록했다. WGC는 "RBI가 2024년 내내 꾸준히 금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신흥국들의 탈달러화 흐름을 반영한다고 WGC는 설명했다.
중국인민은행(PBoC)도 6개월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해 11월에 5t을 사들였다. PBoC의 2024년 누적 매입량은 34t으로 총 보유량은 2264t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외환보유고의 5%를 차지한다. WGC는 "중국의 금 매입 확대는 미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금 매입을 중단했다. 현재 한국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은 금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낮은 유동성, 무수익 자산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 30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증가 추이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살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GC 보고서는 "2024년 1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이 289.7t을 기록했다"며 "이는 2000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1967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전 수준에 견줄 만한 규모다. WGC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 증가와 지정학적 긴장이 각국 중앙은행 금 매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란드 국립은행은 11월에만 21t을 매입해 2024년 최대 매수국으로 부상했다. 폴란드의 2024년 누적 매입량은 90t, 총 보유량은 448t으로 늘었다. 우즈베키스탄(9t), 카자흐스탄(5t), 요르단(4t), 터키(3t), 체코(2t) 등도 금 매입을 기록했다. WGC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금 매입 증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코 국립은행은 21개월 연속 매수세를 보이며 2024년에만 20t을 매입했다. 가나은행도 국내 금 매수 프로그램을 통해 11월에 1t을 추가했으며, 2024년 총 10t을 매입했다. 반면 싱가포르 통화청은 5t을 매도해 11월 최대 매도국이 됐다.
세계금협회는 "미국 대선 이후 11월 금값 하락이 중앙은행들의 추가 매입 기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WGC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